큰 흐름을 타는 창업 — 파도 타기와 파도 쫓기는 다릅니다
서핑에 비유하면 창업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선명해집니다. 파도를 타는 사람은 파도가 오기 전에 자리를 잡고 기다립니다. 파도를 쫓는 사람은 저기 좋은 파도가 보인다며 헤엄쳐 가는데, 도착하면 파도는 이미 지나가 있습니다. 유행 아이템을 보고 뒤늦게 뛰어드는 창업이 정확히 후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기 전에 자리 잡을 수 있는 파도’일까요. 저는 수요를 두 종류로 나눠 보길 권합니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행형 수요와, 한 번 생기면 생활에 뿌리내려 오래가는 인프라형 수요입니다. 이 구별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유행형 수요 — 신기함이 연료인 파도
유행형 수요의 연료는 신기함입니다. 처음 보는 메뉴,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서 사람들이 몰립니다. 문제는 신기함이 소모품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한 번씩 경험하고 나면 연료가 떨어지고, 파도는 잦아듭니다. 특정 디저트나 이색 메뉴의 급격한 흥망이 대체로 이 곡선을 그립니다.
유행형 수요가 나쁜 게 아닙니다. 초기에 올라탄 사람에게는 짧고 굵은 수익 구간이 됩니다. 다만 이 파도를 타려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합니다. 남보다 빠른 진입, 그리고 파도가 꺼질 때 갈아탈 수 있는 가벼운 구조. 큰 시설 투자와 긴 임대차 계약으로 유행형 수요에 들어가는 것이 최악의 조합입니다.
인프라형 수요 — 습관이 연료인 파도
인프라형 수요의 연료는 습관입니다. 신기해서가 아니라 생활이 바뀌어서 생긴 수요라, 화제성이 없어도 꾸준히 유지됩니다. 커피가 기호품에서 일상 음료가 된 것, 배달 주문이 특별한 날의 선택에서 평일 저녁의 기본값이 된 것이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수요는 뉴스에 나오지 않을 만큼 당연해진 다음에도 계속 자랍니다.
인프라형 수요의 특징은 진입이 늦어도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도가 길어서, 뒤에 올라타도 탈 구간이 남아 있습니다. 대신 경쟁이 일상적이므로 화제성이 아니라 운영(품질 유지, 원가 관리, 단골 관리)으로 이기는 게임이 됩니다.
두 수요를 구별하는 실전 질문
검토 중인 아이템의 수요가 어느 쪽인지 가려내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걸 소비하는 이유가 ‘아직 안 해봐서’인가 ‘생활에 필요해서’인가. 이 소비가 사진과 이야깃거리를 빼면 남는 게 있는가. 소비 빈도가 일회성·기념일형인가, 주간·월간 반복형인가. 이 수요를 떠받치는 생활 변화(주거 형태, 노동 방식, 인구 구조)가 있는가, 아니면 화제성뿐인가.
답이 신기함·이야깃거리·일회성 쪽으로 몰리면 유행형, 필요·반복·구조 변화 쪽으로 몰리면 인프라형입니다. 애매하게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화제가 완전히 사라진 3년 뒤에도 이 소비가 남아 있을까’를 상상해보면 대체로 판별이 됩니다.
가장 좋은 조합 — 유행의 문으로 들어가 인프라에 눕기
실전에서 강한 전략은 둘을 조합하는 것입니다. 유행형 요소로 초기 손님을 모으되, 가게의 뼈대는 인프라형 수요 위에 짓는 방식입니다. 화제성 있는 시그니처 메뉴로 문을 열게 하고, 일상적으로 반복 구매되는 기본 메뉴로 단골을 만드는 구조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반대로 가장 약한 조합은 뼈대까지 유행형인 가게입니다. 화제가 식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계획에서 유행이 걷혔을 때 남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세요. 그 목록이 비어 있다면 파도를 타는 게 아니라 쫓고 있는 것입니다.